강남제이비뇨기과

1998년 먹는 발기부전증 치료제 비아그라가 나왔을 때 발기부전이란 말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도 비아그라라는 단어는 다 알 정도로 비아그라에 대한 관심이 가히 폭발적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가 예로부터 남성 건강의 척도를 정력에 국한해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유추해 본다.

심지어 비아그라를 정력제나 남성을 천하무적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발기부전 치료제로 쓰기보다 호기심과 이벤트성으로 오남용하는 사례를 임상에서 많이 경험했다.

최근 비뇨기과 진료 현장에서 발기치료제 오남용으로 발기부전 환자가 된 사례를 소개한다. 당뇨로 고생하던 40대 후반의 S 씨는 같은 당뇨병을 앓고 있는 친구가 자기가 다니고 있는 비뇨기과 클리닉에서 처방 받은 발기부전 치료제로 부부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친구로부터 이 치료제를 얻어 친구와 같은 양을 주사했다.

부부 관계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서도 한나절이 지나도록 발기가 소멸되지 않아 친구에게 전화로 물어보았지만 친구는 “나는 1~2시간 정도면 죽는데”라는 말만 했다. 결국 병원을 찾았지만 불행하게도 회복이 어려운 발기부전 환자가 되어 버렸다.

남성 건강 척도를 정력에 국한

또 다른 예로 33세의 K 씨는 사업 실패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로 발기가 시원치 않아 친구들로부터 확실한 주사제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약국에서 임의로 파파베린을 구입해 잔뜩 기대에 찬 마음으로 날을 잡았다. 이 약물의 적정 용량은 10~30mg이었다. K 씨는 적 정용량의 개념을 누구로부터도 듣지 못했다.

K 씨는 강력한 발기를 원하는 기대감으로 60mg을 음경에 주사한 것. 만족스러운 부부 관계가 성공한 것은 좋았지만 발기가 두 나절이나 지속되고 나중에는 음경 통증과 음경 피부가 새파랗게 변색돼 결국 병원을 찾았으나 결과는 발기지속증의 후유증으로 영구 발기부전 환자가 되어 버렸다.

발기지속증은 4시간 이상 발기가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음경은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 발기된 후 소멸돼야 하는데 발기 시간이 4시간 이상 지속되면 음경 해면체 내에 산성증(acidosis)에 의해 조직 손상을 유발하기 시작한다. 발기부전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마음의 병으로 일시적인 심인성 발기부전 환자는 음경의 해면체 조직이 정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 원인을 파악하기 전에 의사의 처방 없이 임의로 약물을 음경에 주입하면 발기지속증의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 1980년 프랑스 의사 닥터 비락은 음경에 파파베린이라는 물질을 주사해 음경이 2시간 동안 발기되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그 후 음경 주사 약물요법이 활발하게 연구됐고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 현재에는 대부분의 비뇨기과에서 쓰이고 있는 3가지 약물의 혼합물인 트리믹스(Tri-mix:파파베린·펜토아민·PGE-1)가 만들어졌다.

섬유화나 국소적인 합병증의 경우에는 주사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을 때가 많다. 주사할 때 출혈로 상처를 입거나 장기간 한 부분에만 주사할 경우에는 미세 손상의 섬유화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주사는 1주일에 1회에서 2회 이내로 제한하고 주사 위치를 매번 바꿔 줘야 한다.

일단 섬유화 결절이 형성되면 2개월 정도 성관계를 쉬는 것이 좋다. 만약 섬유화가 지속되면 음경 해면체의 섬유화가 전체적으로 지속되기 전에 음경 보형물 수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환자의 나이·상태·발기부전의 원인 질환에 따라 치료 방법의 용법과 용량이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사용법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마치 발기부전 치료제가 정력제인양 함부로 복용하거나 오남용하는 행위는 심각한 부작용과 후유 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 사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