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난자)은 여성이 만들고, 정자는 남성이 만든다. 난자는 영양분이 많고 크기가 훨씬 크며, 정자는 작지만 운동성이 있다. 난자가 정자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생식에 드는 경비가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이 든다. 바로 이 때문에 짝을 고르는 데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까다롭다.
여성들은 남성들이 어떤 방법으로든 장차 태어날 자식들에게 기여하기를 요구한다. 예를 들어 암컷 말똥구리는 수컷을 고를 때 말똥을 가장 많이 굴려서 오는 수컷만을 선택한다. 영양분을 많이 갖고 오는지만을 고려할 뿐이다. 대부분의 수컷들은 암컷의 선택에 발목이 잡혀 다른 수컷들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노래하는 수컷 찌르레기의 경우처럼 아무런 해를 입히지 않고 평화적으로 경쟁하는 경우도 있다. 수컷 한 마리가 암컷에게 사랑의 노래를 부르면, 두 번째 수컷이 끼어들어 첫 번째 놈보다 더 잘 부르려고 애를 쓴다. 암컷은 이를 주의 깊게 지켜보다가 경쟁에서 진 수컷들과는 절대로 교미를 하지 않는다.
때때로 수컷들은 암컷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건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사슴, 소, 사자, 고릴라 등이 이런 예이다. 승리한 수컷은 암컷 무리를 지배하게 된다. 다른 수컷에 의해 쫓겨날 때까지 독점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 경우 암컷들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어쨌든 암컷들도 번식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수컷 승자에게 전적으로 순종한다.
고릴라의 세계에서는 가장 크고 힘세고 위협적인 수컷들만이 번식을 할 수 있고 평균적으로 수컷들은 전 세대들보다 더 크고 힘세고 위협적이다. 수컷 고릴라들은 암컷보다 훨씬 크고 힘도 세고 난폭하고 몸무게도 거의 두 배 이상 나간다. 수컷이 이런 몸집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오로지 섹스 때문이다. 고릴라에게는 몸의 크기와 사냥이 아무런 관계가 없다. 고릴라는 채식동물이기 때문이다. 수컷 고릴라가 처음으로 암컷 무리들을 차지했을 때 이전 수컷에게서 태어난 새끼들을 죄다 죽여 버리기도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경쟁적인 유전자들을 제거하고 동시에 새끼를 양육하는 어미를 빨리 임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섹스행위 중 암컷 사마귀는 파트너인 수컷을 잡아먹는 경우도 있다. 암컷 사마귀와 애벌레에게는 영양만점이겠지만 수컷에게는 정말로 끔찍하다.
많은 동물들은 암컷이 발정기가 아니면 섹스를 하지 않는다. 많은 종들의 암컷이 발정신호를 보낸다. 암컷 나방은 수컷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페르몬’이라는 화학물질을 보내기도 한다. 침팬지의 엉덩이는 밝은 진홍색으로 변하고 냄새를 피운다. 이 같은 포유류의 신호를 ‘암내’ 또는 ‘발정’이라고 부른다.
침팬지와 비슷한 작은 아프리카 원숭이 ‘보노보’는 예외다. ‘보노보’는 아무 때나 곧바로 섹스를 한다. 이들은 단순히 섹스만을 하는 게 아니다. 드 발의 저서 <보노보>에서 ‘보노보는 마치 카마수트라를 읽은 것처럼 행동한다’라고 묘사한 것처럼 갖가지 성애의 기교를 터득한 듯이 더 자주, 다양한 방식으로 성행위를 가진다. 수컷과 암컷은 기본이고, 암컷과 암컷, 수컷과 수컷이 관계를 맺는다. 보노보 암컷은 자위행위뿐만 아니라 오럴섹스에서도 쾌감을 느낀다. 보노보 암컷은 주기적으로 매춘을 일삼는다. 맛있는 음식을 위해서 혹은 갖가지 공격적인 상황에서 성행위를 통해 싸움을 화해시키고 무마시킨다. 보노보 수컷이 암컷을 위협하기라도 하면 암컷들은 서로 단결해 그를 물리친다. 암컷들끼리는 자주 성접촉을 가짐으로써 인위적인 자매관계를 잘 관리해 일종의 동맹을 결성, 언제나 암컷이 수컷 위에 군림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미국의 성해방론자들은 보노보의 성행위와 평화를 배우자며 ‘보노보웨이’라는 대중운동을 펴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보노보가 자유분방한 젊은층의 페미니스트들 사이에 우상으로 추앙받고 있다.
인간인 경우에도 동물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여성은 남성에게 성적 신호를 보내고 남성들은 이에 맞춰서 동물만큼이나 본능적이고 고차원적인 경쟁을 한다. 인간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수컷들의 경쟁은 인류역사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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