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비지니스 칼럼4>비만과 고개 숙인 남자
최근 들어 비만과 성기능에 대한 관련 보고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비만을 부의 상징으로 여기기도 했으나 이제는 비만이 신체의 여러 기능에 역기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건강과 행복한 생활의 영위가 영향받을 정도로 체내에 지방이 지나치게 축적된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비만이 심할 경우 남성의 경우 성기능장애나 성욕감소가 있을 수 있다고 알려져 왔으며, 이는 외형상의 이유 외에도 비만환자에게서 나타나는 남성호르몬의 감소와 여성호르몬의 증가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방세포에서 만들어져 체중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렙틴(Leptinㆍ식욕억제호르몬ㆍ지방조절호르몬)은 인슐린, 당질코르티코이드, 갑상선 호르몬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혈중 테스토스테론에도 영향을 준다. 렙틴은 시상하부→뇌하수체→성선축, 특히 고환에 영향을 미쳐서 고환에서의 호르몬 생성과정을 억제한다. 이에 따라 비만인은 혈중 렙틴의 증가와 함께 혈중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고, 여성의 임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지방조직에는 테스토스테론을 에스트라디올로 변환하는 방향화 효소가 많기 때문에 테스토스테론 저하에 기여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연구보고에 의하면 발기부전이 없었던 남성에게서 나중에 발기부전이 나타난 경우 비만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즉 비만이 아닌 사람은 8년 뒤 15%에서 발기부전이 발생했으나 처음부터 비만이었던 사람은 25~38%에서 발생했으며 비만을 치료하더라도 발기부전의 발생률은 줄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중년기까지 있었던 비만은 이미 혈관 등에 장기간 나쁜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비만을 치료하더라도 음경혈류 등을 개선시킬 수 없다고 해석했다.

다만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을 줄이는 것으로 알려진 운동은 음경혈관에도 영향을 미쳐서 발기부전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즉 운동을 하지 않은 경우의 발생률이 31%인 데 비해 1일 200kcal 이상(3.2km를 도보하는 운동량)의 규칙적인 운동을 계속할 경우 대조군에 비해 기능이 향상됐다.

비만한 사람에게서 발기부전이 오는 기전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다음의 몇가지로 추정할 수 있다. 첫째, 비만한 사람은 여러가지 대사질환 및 혈관질환을 겪게 된다. 즉 인슐린 비의존형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심혈관질환, 동맥경화 등인데 이들 질환은 발기부전의 위험인자로 잘 알려져 있다. 둘째, 비만한 사람은 흡연, 만성적인 음주, 운동부족 등 발기부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생활습관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셋째, 비만한 사람은 사회적 적응장애의 빈도가 높고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증가해 있으며 자신감의 결여 등으로 심인성의 발기부전이 초래될 수 있다.

넷째, 비만 또는 비만에 합병된 질환의 치료를 위해 복용하는 약제들이 발기부전을 초래할 수 있다. 비만은 성기능장애와 관련된 여러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비만환자의 수도 점차 증가 추세에 있다. 비만환자들에게서 동반된 발기부전증은 독립된 별개의 질환으로 올 수도 있지만 비만이 발기부전의 한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자기 신체조건에 맞게 적절한 운동이나 식이조절을 해서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발기부전의 예방이나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