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성은 너무나도 다양한 얼굴과 역할을 한다.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신비스러운 절차이고, 남녀간의 낭만적 사랑의 결실이며, 또한 가정을 형성하고 유지시켜 주는 중요한 접착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성은 유희의 도구가 되기도 하고, 권력의 수단으로 쓰일 때도 있고, 남용과 착취의 거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얼굴을 지닌 성의 본질은 과연 무엇일까?


과학 저술가이자 진화생물학자인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다른 동물들에게서 찾아 볼 수 없는 인간만의 독특한 성적 습성 중 여성의 경우 다른 종의 암컷들과는 달리 배란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느 때이고 섹스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인간에게 섹스란 단순한 생식 기능을 초월해서 쾌락을 얻고 관계를 강화시키는 수단이지만 한편으로 사랑을 바탕으로 한 은밀한 관계라 할 수 있다.


또한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인간은 남녀로 구성된 사회속에서 다른 이들과 경제적으로 협동하고 의존하며 살아간다. 언뜻 보기에는 너무나 당연하게 보이겠지만, 여성과 남성은 모두 독특한 성적 신호를 갖도록 진화돼왔다.



인간만의 독특한 성적 습성들이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구분시켜 주는 고유의 특성들을 만들어 내는 데 있어서 직립보행이나 커다른 뇌만큼이나 중요한 기여를 해왔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우리 사회의 고도로 발달된 언어와 문화,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데 성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가장 정교하고, 복잡하고, 지적인 생명체가 스스로 생존하고 삶을 꾸려 나가고 후손을 남길 수 있는 정도로 성장하기까지 다른 동물에게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한 발달 과정이 필수적이다.



분명 인간은 다른 동물과 비교해 생물학적 조건으로부터 훨씬 자유로우며 개인 수준에서든 사회 수준에서든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실현할 수 있는 동물임에 틀림 없다.


생물학적 조건을 뛰어넘어 삶을 의식적으로 가꾸어 나갈 수 있는 존재가 된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다름 아닌 인간의 특별한 성적 습성이 아닐까?